여봐라 주부야 (별주부 모친 만류)

이영태
앨범 : 이영태 수궁가 완창

별주부가 화상을 받아들고 곰곰히 생각하는디 이놈의 화상을 어디다 넣어야 물이 한 점도 않묻을지 생각다 못하여 목을 길게 빼어 목덜미 속에다 화상을 턱 집어넣고 목을 탁 움츠리니 저 아래 막통창시 있는데 가서 딱 붙어부렀건다. 자 이만하면 수로 만리를 무사히 다녀와도 물 한점 묻을 길이 바이 없겠구나 용왕께 하직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별주부 모친이 계시는 디 구십여섯인가 일곱인가 먹었는디 어찌늙었던지 꽁지할라 다 문드러져 버리고 별주부 세상간다는 말을 듣고 못가게 만류를 해보는디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네가 세상을 간다허니 무엇하러 가려느냐 삼대 독자 네 아니냐 장탄식 병이 든들 뉘 알뜰이 구환을 허며 네 몸이 죽어져서 오연의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두다리며 휘어쳐 날려 줄이가 뉘 있더란 말이냐 가지마라 주부야 가지 말라면 가지마라 세상이라 허는데는 수중인갑이 얼른 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 구경을 가시더니 십리 사장 모래 속에 속절없이 죽었단다 못가느니라 못가느니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 가면 네가 세상을 가지만은 살려두고는 못가느니라 주부야 위방불입이니 가지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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