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시간 전
아직도 안 믿어져
이대로 모든 게 끝이 나버린데
버텨온 날이 허무하게
평범하게 지나쳐
온 조용해진 거리도
종말을 받아들인 건가 봐
나 빼고 모두 차분하네
가슴이 막 뛰어 생각이 멈춰
세상에 어떤 흔적도 없어
숨 쉬는 것도 아끼며 달려왔지만
끝에 닿기도 전에 만날 마지막
한 시간 전 내 삶에 어떤
결과도 없어 과정은 벌써
나에게도 잊혀가고 과거가 돼버렸지
괜찮아 그런 나도 사라질 테니
지구 멸망의 날
모든 게 의미 없어
잠시만 내버려 둬
지구 멸망의 날
사실은 의미 있고
싶어 또 끄적이잖아
어느새 30분 전
마지막 내 흔적을 남기려 펜을 들어
떠오르는 말들을 적어보다가 눈물 훔쳤어
제일 친했던 친구 내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의미 없이
건반을 눌러 나오는 멜로디
혼자 남을 것 같이 외롭지
매일 그리 적어 왔던
가사 한 줄도 쉽지가 않아
떠오르는 사람과 사연은 많지만
행복한 놈으로 남길 내 마지막
한 시간 더 일찍 알았다면
조금 더 소중히 시간을 보냈다면
적어가는 나의 삶이 좀 나을 텐데
웃으며 적기엔 너무 어렵네
지구 멸망의 날
모든 게 의미 없어
잠시만 내버려 둬
지구 멸망의 날
사실은 의미 있고
싶어 또 끄적이잖아
어느새 10초 전
내 삶의 제일 큰 도전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있을 거야 여전히
비명조차 없어
조용히 사라져
가기 정말 싫어
평범했던 내 지구를 돌려줘
지구 멸망의 날
모든 게 의미 있어
제발 좀 내버려 둬
지구 멸망의 날
사실은 있고 싶어
평범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