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인생의 전부였다며
고독사는 정해진 운명이라 하던
고양이도 아닌 게 분홍 코를 비비며
훌쩍이는데 우는 법도 모르던 그 애
하얀 얼굴 짙은 눈썹 유자향이 나던
쉽게 웃는 법을 몰랐고
미워하기도 어려웠지
일요일엔 고백할게 있다며
혜화에 들러 고해성사를 하던 그 애
나른한 오후엔 날 찾아와서
친구는 왜 필요한 거냐고 묻던 그 애
언젠가는 우리가 못 보게 되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웃던
그래도 만약에 신이란 게 있다면
우리 겨울을 멈춰달라 빌었던 그 애
하얀 얼굴 짙은 눈썹 유자향이 나던
사랑받는 법을 몰랐고
그럼에도 사랑스러웠지
일요일엔 고백할게 있다며
혜화에 들러 고해성사를 하던 그 애
나른한 오후엔 날 찾아와서
친구는 왜 필요한 거냐고 묻던 그 애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로 날
아프게 하고 병들게 했던 못된 그 애
나의 뒷모습을 볼 자신 없다며
겁 많은 자기를 용서 말라며
떠나던 그 애
그럼에도 너무 사랑했었던 그 애
그럼에도 미워하기 어려운 그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