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단서에서
희망을 읽지 않아
냉정해진 건 아니야
더 이상은 더 이상 이제는
함께했던 시간들을
체로 거르고 나니
남은 건 기억 몇 톨뿐
산책하던 우리를
방해한 제멋대로의
풀벌레들 소리도
여전히 그대로인데
오랜 시간 다 지나고 나서야
긴 잠을 자고 깨어날 때쯤에는
네가 옆에 없어도 상관없어
그건 아마 낭만일 거야
우리만의 낭만일 거야
맘 접은 모서리에
심장이 콕콕 찔려
종일 누워만 있던
몇 날 며칠 또 몇 날의 며칠
뭉근한 밤 창문으로
새어 드는 달빛에
얼어붙어 남아있네
해 저무는 저녁
같이 바라보던 노을
아른한 공기 내음
여전히 그대로인데
오랜 시간 다 지나고 나서야
긴 잠을 자고 깨어날 때쯤에는
좋은 기억만 남게 좀 흐리게
그건 아마 낭만일 거야
우리만의 낭만일 거야
진심이었기에 숨길 수 없는
연약한 속내를 다 보였었지
함께 보낸 날들이 사라지네
그건 아마 낭만일 거야
우리만의 낭만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