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이화중선의 춘향가 중 <사랑가>와 함께 가장 인기있던 소리가 바로 임방울의 춘향가 중 <쑥대머리>였다. 일제시대 소리판을 휩쓴 임방울의 <쑥대머리> 열풍을 짐작케 하듯, 당시 음반회사라면 그의 <쑥대머리>를 필수적으로 취입했다. 이 곡은 임방울의 데뷔작이자, 일제시대 민중의 고통을 잊게 해준 민족의 소리요, 그의 최고의 걸작이라 하겠다. 미세한 성음과 숨소리까지 들리는, 기적에 가까운 음질로 빅타 원반에 남아있는 <쑥대머리>는 그의 <쑥대머리> 녹음으로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음질이 좋고, 이 음반에 복원되어 그의 옛 소리를 이해하는데 큰 기여를 하리라 본다.
원반 : Victor KJ-1108-A(KRE 235)
녹음 : 1937. 5. 5
(중몰이) 쑥대머리 구신형용 적막옥방으 찬 자리어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조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부모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난가. 연이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난가. 계궁항아 추월 같이 번뜻 솟아서 비치고져. 막왕망래 맥혔으니 앵모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칙으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으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 내 눈물을 뿌렸으면 야우문령단장성으 빗소리 들어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으 연 캐는 채련녀와 제롱망채엽으 뽕따는 여인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라, 날 보도만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어 임을 못보고 옥중 잡귀가 되겄구나. 항상 퍼버리고 울음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