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과하주 좋은 술을 화전에 가득 부어 “옛소 시숙님 박주오나 이 술 한잔 드시지요” 놀보 흘긋흘긋 쳐다 보더니마는 “야 흥보야 너는 내 형제간이라 내 속 잘 알제 아 내는 남의 초상마당에 가서도 권주가 없이 술 안 먹는디 권주가 한번 시켜봐라” “아이고 형님 이 자리에 누가 권주가 할 사람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야 이놈아 여편네 곱게 입혀갖고 술잔 올렸으니 권주가 하나 시켜봐 이놈아” 흥보 마누래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맥혀
진양
엇소 시숙님 여보 여보 아주버님 제수더러 권주가 허란 말씀은 고금천지 어디가 보았소 지성이면 감천이라 나도 이제는 돈과 쌀이 많이 있소 전곡자세를 그만 허시오 엄동설한 치운 날에 자식들을 앞세우고 구박을 당하여 나오던 일을 나는 죽어도 못 잊것소 보기 싫소 어서 가시오 속을 차리면 뭣 하러 내집에 왔소 안 갈라면 내가 먼저 들어 갈라요 떨쳐 버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니리
놀보란 놈 공연한 짓 해 놓고 제 손수 무색허니깐 “허허 거 붕어한테 발구락 물렸네여 이런 창피가 어디가 있는고 흥보야 느그 계집 못 쓰것다 썩 갖다 버려라 내가 좋은데 새 장가 보내주마” “아이구 형님 본시 여자라는 것은 어린애만도 못한 것이 오니 널리 용서하시지요” “그럼은 그렇구나 아 대체 그렇다 그건 그렇고 저 웃목에 벌건 것이 무엇이냐?” “예 형님 화초장이 옳시다” “그 속에 뭣 들어는듸” “은 금 보화가 담뿍 들었지요 아하하 그려? 아 그거 날 도라” “형님 좋아허시면 내일 아침 하인지어 건너 보낼 테니 그냥 건너가시지요” “예이 씨시찮은 놈 같은 일하고 밤새 좋은 보물은 다 빼내고 너 빈 껍데기만 보래랄고 그러제? 아 세상 사람들은 이런 속 모르고 날보고 도적놈 헌단 말이여 아서라 매사는 불여튼튼이라 내가 자등 짐 헐란다.” 놀보가 뜰방을 이마하니 짊어지고 건너가는듸 본시 건만증이 있던가 보더라 “야 흥보야 이거이 무엇이여?” “예 형님 화초장이올시다” “그려 흥보야 내 종종 올 터이니 요런 것 좀 항상 웃목에 놔더라잉” 놀보가 화초장 외우거 건너가는듸
중중모리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하난르 얻었다 얻었네 화초장 하나를 얻었네 또랑을 건너뛰다 아차 내가 잊었다 초장 초장 아니다 방장 천장 아니다 구들장 송장 아니다 고추장 된장 아니다 이놈이 거꾸로 붙이면서도 모르것다 장호초 초장화 아이구 이거 무엇이냐 갑갑하여서 내가 못살것다 아이고 이거 무엇이냐 저의 집으로 들어가며 여보게 마누라 집안 어른이 어디 갔다가 지 안이라고서 들어오면 우루루루 쫓아 나와서 영접허는게 도리가 옳지 좌이부동이 웬일인가 에라 이 사람 몹쓸 사람 놀보 마누래 나온다 놀보 마누래 나와 영감 오신 줄 내 몰랐소 영감 오신 줄 내가 몰랐소 이리 오시오 이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