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가까운 기쁨

김성욱

난 매일아침 서둘러 집을 나와
골목이 엇갈린 곳에 서서 우연을 만들어야 했었다
항상 그 시간에 지나가는 너의 모습을 보지 않으면
나의 하루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널 기다리다가 몇번이나 놓쳐버린 그 버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더이상 입을 열지 못하는 사람 많은 그안에서 조차
너의 움직임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나의 시선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너에게 고백하기를 난 바랬었다

뒷모습만이 유일한 희망 내게 망설일 기회를 주었어
널 따라갔던 길 이제 외워졌으니 어디쯤이면 널 볼까
설레이는 맘으로 네게 고백 했었지 내 마음 모두다 가져가
꿈에서만 그리던 나의 첫사랑인걸 그순간 용기가 난거야
난 처음이란 말이 이토록 아름다운건지 몰랐다 널 처음봤을 때
널 처음 느꼈을 때 널 처음 좋아한다 믿었을 때
아마 그건 첫사랑이 되고 싶은 처음의 욕심인걸까

비오던 그 어느날 너의 우산속으로 들어가
나의 마음을 전하려 했고 너의 가방을 들어주며
키작은 널 감싸주고 싶었다 하지만 상상으로 그쳤을 뿐
결국 또다시 내일로 미뤄야 했던 못난 내 자신을 보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볼 수 없었어 무슨 일일까 난 걱정이 됐어
널 기다려봐도 아무 소용없는 걸 내겐 힘겨워
돌아와 마지막 날이다 말해주지 그랬어 왜 이런 슬픔을 준거야
허무한 내 마음 채울것은 상심뿐 어떻게 해야해
언젠가는 내모습 너를 기억한대도 그땐 어른이 되어
미소질 수 있겠지 이뤄질 수 없었던 오늘을 얘기하며
나를 크게 했다는 기쁨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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