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장덕철

계절이 다시 돌아올 때
너가 입던 비슷한
옷 들을 보며 놀라
꽃 핀 이 길거리에
널 보면 무슨 말 할지
연습을 하곤 해
잘못한 것이 많았었는지
행복했던 기억 앞에
자책을 하며 울곤 해
너 얼굴이 점차 흐려질 때
몽땅 지운 사진첩을 훑곤 해
언제라도 너만 괜찮다면
차가 막혔으니까
길을 헤맸으니까
너무 멀었으니까
늦었다고 되레 성질내며
그 입술 내민 표정으로
한 번만 더 안겨주라
일이 너무 고달프다고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찡그리던 네 모습과
큰일 났다며 웃으며 삼키던
달콤했던 술 한 잔이
한껏 비려졌어
언제라도 너만 괜찮다면
차가 막혔으니까
길을 헤맸으니까
너무 멀었으니까
늦었다고 되레 성질내며
그 입술 내민 표정으로
한 번만 더 안겨주라
괜찮을 거라며 다독여줬었던
아름답게 웃어주던 넌 없잖아
언제라도 괜찮지 않다면
내가 망쳤으니까
생각이 났으니까
보고 싶었으니까
늦었다고 이젠 성질내며
그 걱정 어린 표정으로
한 번만 더 감싸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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