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에서

김도훈

정오의 빌딩 숲 바람 한 점 없는데
코엑스 청솔가지 낮달이 걸려있네
오늘따라 유난히도 서글픈 낮달
서글픈 낮달

식어버린 태양의 싸늘한 미소처럼
바람 불면 부서질 듯 흩어져 갈 듯
마음은집시되어 낯설은 타인처럼
화려한 이 거리에 초라한 낮달

그대의 빈자리 반주 한 잔 채웠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낮달이 졸고 있네
오늘따라 유난히도 해설픈 낮달
해설픈 낮달

해는 더 기울어져 달빛은 성성한데
깊고 깊은 심연으로 잠겨든 낮달
글라스에 붉은 장미 서정에 취해본들
이 거리 네온 불에 묻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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