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정새난슬

3. 오르막길
밤의 계단에 앉아서 사소한 일상에 건배했지
낡은 책상에 엎드려 조용한 꿈들을 안아줬지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낯선 골목을 헤매다 잊었던 친구와 마주쳤지
안녕 어떻게 지냈어 고개만 젓다가 헤어졌지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숨가쁜 매일이 흘러간다

맑은 새벽에 일어나 너의 고백에 답장했지
깊은 욕조에 잠겨서 지나간 애인들 떠올렸지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마른 우산을 접으며 너의 얼굴을 바라봤지
옛날 일기를 덮으며 내일 하루를 예감했지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오르막길을
너의 손 잡고서 함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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