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갈다가
바지를 내리고 다리를 들어요
왜 이리 앙상하게 마르셨나요
한참이 흘러서 눈을 뜨셨네요
날 보며 웃음 짓고 계신 것 맞나요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넓은 어깨 호탕한 웃음
당신은 그렇게 항상 든든하게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생각 나시죠
제가 열이 많이 나던 어느 날 밤
커다란 당신의 등에 업혀
이 병원 저 병원 뛰어 다니시다
제가 지쳐 잠들 때까지 뜬 눈으로
밤새 보내셨죠 저예요 저 왔어요
바지를 내리고 다리를 들어요
왜 이리 앙상하게 마르셨나요
한참이 흘러서 눈을 뜨셨네요
날 보며 웃음짓고 계신 것 맞나요
월급날이면 고소한
통닭냄새와 함께 과자세트를
양손에 드시고 퇴근하시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과 행복이 가득찬
저녁시간을 보냈죠
목이 메여 올 때면 무조각을
먹여주시던 영원할 것만 같았던
당신이였기에 지금 누워계시는
그 모습이 더욱 더 생소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그 말
한 번도 해드리지 못했던 그 말
이젠 말할 수 있죠
안아드릴 수 있죠
아직 늦지 않았나요 사랑합니다
사실은 미워한 적도 있었죠
말은 안 했지만 야속하게
느껴졌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 강하셨던
모습까지 그리워요
방황 끝에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 말도 없이 안아 주셨죠
속으론 나보다 더 흐느끼던
당신의 심장소리도
어깨 위로 떨어지던
그 뜨거운 눈물방울까지
바지를 내리고 다리를 들어요
왜 이리 앙상하게 마르셨나요
한참이 흘러서 눈을 뜨셨네요
날 보며 웃음 짓고 계신 것 맞나요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그 말
한번도 해드리지 못했던 그 말
이젠 말할 수 있죠
안아드릴 수 있죠
아직 늦지 않았나요
사랑해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