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이수

조금만 기다려 걸음이 느려서
앞서가는 너의 두 손 놓쳐 버린 날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그 곳에
그대 편히 숨쉴 그 곳에

스치는 바람결에 놀란 가슴 안고 살아도
내리는 빗방울에 그대 눈물 담고 살아도
슬프지 않아 그 날이 올 때까지만
그 두 손 다시 잡을 그 날이

조금만 아파할게 나 이제 웃어볼게
그렇게 아주 잠시만 나 없는 곳에서
눈물 흘리면 안 돼 아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그 곳에 닿을 때까지

그래 난 괜찮아 미안해 하지마
그냥 조금 먼저 간다 생각하면 돼
그래도 이제 더 이상 멀어질 곳은 없잖아
나 편히 기다릴 수 있는 걸

나란히 걸어가던 그 길 위를 혼자 걷지만
따뜻한 너의 손길 잠시 동안 곁에 없지만
외롭지 않아 그 날이 올 때까지만
그 두 손 다시 잡을 그 날까지

조금만 아파할게 나 이제 웃어볼게
그렇게 아주 잠시만 나 없는 곳에서
눈물 흘리면 안 돼 아주 조금만 기다려
내가 그 곳에 닿을 때까지

두렵지 않아 가슴 가득 그대가 있으니
멀어져도 항상 함께 할테니

눈물 흘리면 안 돼 또 슬퍼하면 안 돼
그렇게 내가 없어도 편안히 웃어줘
지금 이렇게 안녕 또 웃으면서 안녕
내가 그 곳에 닿을 때까지
다시는 그 손 놓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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