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한 정원사들

김정란

어두울수록 잘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지
(글쎄, 보긴 잘 본다니까)
세상을 어둠의 꽃밭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은
비겁한 정원사들이라네

보배인 눈으로 우리는
밤샘하는 저 영특한 꽃들을 방관한다네
밤샘의 꽃 불편함의 꽃

그리고 우리는 기다린다네
어느 날 폭우가 내려
우리의 갈망과 그것이
우연의 일치라도 되기를
(기껏!)

검고 큰 손들이 우리의 꽃들을 유린하며

보무도 당당히 지나갈 때
얻어맞고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들고
주인이 여기저기 무덤에서 파내어
너덜너덜 꿰매어 달아준
시체의 혀를 내밀어 빗물이라도 받아먹으려고
(맛있겠네!)

우리는 집약적으로 기다리네
(오오 찬란하도다 우리의 수동성이여!)
하느님 하느님 결핍의 주여
우리의 생뚱맞은 젊음을 거두어주소서
젠장맞을 이 팔팔한 젊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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