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고영웅 호걸(萬古英雄 豪傑)들아
초한승부(楚漢勝負)를 들어보소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한패공(漢沛公)의 백만대병(百萬大兵) 구리산하(九里山下)
십면매복(十面埋伏) 대진(對陣)을 둘러치고
초패왕(楚覇王)을 잡으 제
천하병마 도원수(天下兵馬 都元帥)는 표모걸식(漂母乞食)
한신(韓信)이라 장대(將臺)에 높이 앉아 천병만마 호령하니
오강(烏江)은 일천리요 팽성(彭城)은 오백리라
거리거리 복병(伏兵)이요 두루두루 매복(埋伏)이라
간계(奸計) 많은 이좌거(李左車)는 패왕을 유인하고
산(算) 잘 놓는 장자방(長子房)은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옥퉁소(玉洞簫)를 슬피 불어
팔천제자(八千弟子)를 해산(解散)하고
때는 마침 어느 때냐 구추삼경(九秋三更) 깊은 밤에
하늘이 높고 달 밝은데 외기러기가 슬피울어
객(客)의 수심을 돋워주고 변방만리(邊方萬里)
사지중에 장중(帳中)에 잠 못드는 저 군사(軍士)야
너희 패왕이 역진(力盡)하여 장중에서 죽을 때라
철갑(鐵甲)을 고쳐 입고 날랜 창검(槍劍)을
빼어들고 오읍하여 나오면서 신세자탄(身世自歎)
하는 말이 내 평생 원하기를 금고(金鼓)를 울리면서
강동(江東)으로 가쟀드니 불행히 패망(敗亡)하여
어이 낯을 들고서 부모님을 다시 뵈며 초강 백성 어이보리
전전반측(輾轉反側) 생각하니 팔년풍진(八年風塵) 다 지나고
적막사창(寂寞紗窓) 빈 방안에
너의 부모 장탄수심(長歎愁心) 어느 누구라 알아주리
은하수 오작교는 일년 일차(一次) 보건마는
너희는 어이하여 좋은 연분을 못 보느냐
초진중(楚陣中) 장졸(將卒)들아 고향 소식 들어 보소
남곡녹초 몇번이며 고당명경(高堂明鏡) 부모님은 의문하여
바라보며 독수공방 처자들은 한산낙목(寒山落木) 찬 바람에
새옷 지어 넣어두고 날마다 기다릴 제 허구(許久)한
긴긴날에 이마위에다 손을 얹고 뫼에 올라 바라보다
망부석(望夫石)이 되겠구나
집이라고 들어가니 어린자식 철없이 젖 달라고 짖어 울고
철 안 자식 애비 불러 밤낮없이 슬피우니
어미 간장을 다 녹인다
남산하(南山下)에 전답(田畓)은 어느 장부(丈夫)가 갈아주며
이웃집에 빚은 술은 누구를 대하여 권할소냐
첨전고후(瞻前顧後) 바라보니 구리산이 적병(敵兵)이라
한왕(漢王)이 관후(寬厚)하여 불살항군(不殺降軍) 하리로구나
나는 어찌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