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귓 속 언저리에 남아
끊임없이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부터인지 기억의
마지막 페이지에 박혀있어
단 둘이 낯선 단칸방에서
달빛을 받으며
창가에 잠시 미래를 꿈꾸곤 했어
그 창가에서
타인의 품에 술에 취해
돈을 위해 미소를 던지는 그녀
눈에 낀 먼지는 떼버리지 못하고
돌아오는걸 보았어
군데군데 헤져버린 땅바닥 위로
쉼 없이 덜컹이던 자전거 뒤로
들리던 웃음소리를
간직하기로 했어
언제나 그 웃음을 듣고 싶었지만
그녀의 입에선
언제나 그녀를 기만
하는 세상 얘기만
흐르곤 했어
그리곤 욕설로
끝을 맺어 버리곤 했어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절벽 끝에서 고속으로 떨어지는
날지 못한 어린 새처럼 넘어지는
내 신체 시체처럼 검어지는
피가 돌지 않아
점점 썩어가는 손
닳아가는 그녀의
여리던 가는 손
더 이상 잡지 못해
빚만 남기곤
떠나 간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만이
나를 멍하니 보는
그녀의 일과였어
지겹게 연속되는 빈곤의 굴레
눅눅하게 지린
장판 위의 곰팡이
잔인하게 늘어만 가는 이 밤이
까맣게 물들어가네
그렇게 겨우내
겨우 살아난 내
세포의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했을 때
밥상을 밀어내며 속을 게워내는
싸늘한 그녀의
뒷모습을 마주 했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여전히 젖혀진 내 머리는 구석진
방안에 갖힌 채로
소리 없이 눕지
누런 벽지에 새겨진 채 바래가는
천장의 반복된 무늬가
자꾸 눈에 아른거려
점점 불러오는 배로 그녀
병원 의자 위에
자신의 다리를 벌려
그늘마저 쉬어가는 이 방구석에
시들어가는 그녀가
비릿한 피냄샐
풍기며 내 옆에 함께 누워 있어
배를 움켜쥐고
움직이지 않는 그녈
어루만지는 내 손도
느껴지질 않아
이제 기억 속에
보이는 건 오직 하나
하나의 빛 찾아
너를 들고 헤메이네
텅 빈 지하철 한 켠에
이내 몸을 기대
네 머릴 끌어안고
하얀 빛을 그리네
우릴 어둠으로
인도하기만을 그리네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
맥박처럼 흔들리는
지하철의 고동
그의 발 밑으로 느껴지는
단 한 번의 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