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골 마을에 삼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코딱지만한 거야? 좁아 죽겠네.”
욕심쟁이 첫째가 투덜거리며 말했어요.
“뭐 좀 재밌는 일 없을까? 심심해…”
게으름뱅이 둘째는 늘 불평만 했어요.
그러나 마음씨 착한 막내 이반은 열심히 일했어요.
착한 이반은 고되고 힘들게 일해도 항상 미소를 지으며 싱글벙글했어요.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렸어요.
“맨날 저렇게 싱글벙글 웃기만 하니 이반은 바보인가봐.”
“그냥 이반이 아니라 바보 이반이네! 하하하.”
동네 사람들은 착한 이반을 ‘바보이반’이라고 불렀어요.
하루는 땅속에 사는 악마가 이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부지런하고 마음이 천사 같은 녀석이 있다고? 일을 못하게 내가 골탕을 먹여줄 테다. 히히…”
이반은 그날도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쟁기질을 하고 있었지요. 악마는 이반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악마는 쟁기 끝을 꽉 붙잡고 매달렸어요.
“끄응.. 쟁기가 왜 이렇게 무겁지? 이상하네.”
이반은 쟁기 끝에 악마가 매달려 있는 줄도 모르고 더 열심히 쟁기질을 했어요.
“휴, 이 정도면 됐어. 열심히 일을 했더니 배가 고픈 걸. 도시락 먹고 또 일을 해야겠다.”
이반이 점심 도시락을 열자, 악마가 폴짝 뛰어와 밥 위에 침을 퉤퉤 뱉었어요.
“아이고 배야. 갑자기 왜 이렇게 배가 아픈 거지?”
‘히히히 배가 아파서 일을 못할 거야. 음하하하하!’
악마는 낄낄 웃으며 기뻐했어요.
하지만 이반은 꾹 참고 다시 열심히 일을 했어요. 악마는 슬슬 약이 올랐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이반은 집으로 돌아갔어요.
악마가 다시 나타나더니, 이반이 열심히 일궈놓은 보리밭을 마구 짓밟았어요.
정성껏 키운 보릿대는 다 부러지고, 보리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지요
‘킥킥킥. 이렇게 하면 아무리 마음이 넓은 성인군자라도 화를 내지 않고는 못 배길거야.’
다음 날, 보리밭에 온 이반은 깜짝 놀랐어요
“헉, 큰일이네. 큰 낫을 가져와서 싹 다 베어야겠어.”
이반은 화를 내기는커녕, 큰 낫을 가져와 보리를 쓱쓱 베기 시작했어요.
‘잉? 어떻게 된 거야? 이반이 왜 화를 안 내는 거야?’
바짝 화가 난 악마는 이반의 낫을 힘껏 잡았어요. 그런데, 이반이 휘두르는 낫에 그만 악마의 꼬리가 싹뚝! 잘리고 말았어요!
“아야아야! 내 꼬리, 내 꼬리~”
꼬리가 잘린 악마는 아파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이반은 베어낸 보릿단을 수레에 실으려고 커다란 쇠스랑으로 쿡 찍었어요. 그러자, 뾰족한 쇠스랑 끝에 악마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뭐야, 이게 뭐야? 내려줘, 내려 달란 말이야!”
이반은 악마를 쇠스랑으로 찍으려고 했어요. 그러자 악마는 덜덜 떨며 손을 싹싹 빌었어요.
“사,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시면 귀한 선물을 드릴게요. 무슨 병이든 다 낫게 하는 나무뿌리를 드릴게요.”
마음씨 고운 이반은 악마를 살려주었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반은 마을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거기에는 커다란 방이 붙어 있었지요.
“내 딸, 공주의 병을 고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고, 사위로 삼겠노라.”
이반은 악마에게 받은 나무뿌리를 손에 들고, 서둘러 궁전으로 갔어요.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말했어요.
“아니, 너는 바보이반이 아니냐? 바보가 무슨 수로 공주님의 병을 고치겠다는 거냐? 썩 물러가라.”
“아닙니다. 저에게 귀한 약이 있습니다. 공주님을 꼭 만나게 해주세요.”
이반은 왕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했어요.
“이 나무뿌리를 공주님께 먹여 보십시오. 무슨 병이든 낫게 하는 귀한 약입니다.”
나무 뿌리를 먹은 공주는 신기하게도 병이 싹 나았어요.
“오호호호, 부지런하고 마음씨 착한 이반이 내 딸의 병을 고쳤도다! 고맙네. 이반. 내 사위가 되어 주겠나?”
바보 이반은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어요. 이반은 왕궁에서도 날마다 열심히 일했어요. 이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이반을 본받아 부지런히 일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