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여 내가 속삭이면
고요한 밤을 깨우는
부드럽게 퍼져가는 선율이여 리듬이며 멜로디며
속삭임이며 파도며 파도며
잔잔한 바다는 그러나 흐릿한 기억에만 살아난다
나의 기억 속엔 바람이여
너의 속삭임 한 조각이 떨어진다
별이여 내가 손을 내밀면
깜빡이는 불빛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가장자리 빛이며 희망이며
은하수며 소망이며 소망이며
무한한 하늘은 그러나 아득한 꿈속에만 찾아온다
나의 꿈속엔 별이여
너의 빛나는 한 줄기가 사라진다
눈이여 내가 손끝에 하얗게 내리는 순간
순수하게 펼쳐지는 세상이여 하얀색이며 침묵이며
겨울이여 고요함 고요함이며
내리는 눈은 그러나 어느덧 녹아 사라진다
나의 마음속엔 눈이여
너의 차가운 한 조각이 녹아든다
어둠이여 내가 눈을 감으면 아늑하게 펼쳐지는
깊고 잔잔한 평화로움이여 안식이며 꿈이며
고요함이며 밤이며 밤이며
내리는 밤은 그러나 새벽 문턱에만 머무른다
나의 새벽 속엔 어둠이여
너의 깊은 한 조각이 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