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다가
천천히 걷다가
뛰어 가다가
어깨를 다쳐서
거기에 머물러 있다가
잠깐 쉬고 난 뒤에
다시금 걷다가
가만히 있었던
물웅덩이에 네 얼굴
보여서 또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여태까지
놓쳐왔던 것들
을 툭, 하고 버려버린 뒤에
마저 길을 가네
하늘은 파랗네
구름은 하얗네
풀들은 시퍼래
서퍼는 아니지만 콘크리트 바닥 위를
유영하듯 걷네
언제까지, 여태까지,
걸어왔던, 삶들은 다,
지겨움과 고통 속
음악이 될까 이게
문제가 뭘까 내게
끝까지 말을 할 수 없는 병이라도 있는 양
구조를 다 채우지 못한 문장들만 여기에
남았네
서퍼는 아니지만 콘크리트 바닥 위를
유영하듯 걷네
언제는 벌벌 떨었고
언젠가는 내가 잘 알던
동네의 길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지났고
하교 시간이 되었을 때 집까지 걷던 그 길
아무 것도 없고 사연도 없으나
사람은 조금 괴로울 수 있지
고통 속에서 걸어가는 것들이 다
답은 아니야 가끔은 쉬어도 되지
또 멈춰도 되지 인생의 진리에 대해서 그대는
어떻게 표현을 하겠는가
멈추어 선 그대를 잡아 삼키려 드는 죽음 앞에서
당신은 어떤 답을 내겠는가
그대여, 그대는
그대의 삶에 대해 다 아는가
확신을 가졌는가
몇 살 때의 꿈을 아직도 갖고 있소
질문만이 넘쳐 흘러 당신에게 무례한
가삿말이 될 수 있겠으나
이게 싯구라고 보이오
혹은 누군가의 물음,
흘러 넘치는 상념의 국물이라 보이오
뇌리에서 번민하던 것들은
이렇게 음계 위에 담겼구나
그리 길지 않은
음악, 길 위에
담겨서
무언가가 되었구나
21일, 22일, 하루, 하루, 시간은 또 지나고
AI로 만든 마냥 여기저기가 쪼개지는 이 비트
는,
과연
과연
과연
천천히 걷다가
천천히 걷다가
뛰어 가다가
어깨를 다쳐서
거기에 머물러 있다가
잠깐 쉬고 난 뒤에
다시금 걷다가
가만히 있었던
물웅덩이에 네 얼굴
보여서 또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여태까지
놓쳐왔던 것들
을 툭, 하고 버려버린 뒤에
마저 길을 가네
하늘은 파랗네
구름은 하얗네
풀들은 시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