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이 팥죽을 받는 시간에 맞춰
나무꾼은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렸어요.
그리고 이윽고 하늘에서
광채가 쏟아지더니
흰말을 타고 내려온 선녀 몇 명이
사냥꾼에게 바구니에서
팥죽을 꺼내 주려고 하는 것을 보았어요.
바로 그때! 나무꾼은 새총을 꺼내
바구니를 향해 돌을 쏘았어요!
“앗, 뜨거워…!”
“어머, 갑자기 왜 팥죽을 쏟고 그래?!”
선녀가 놓친 뜨거운 팥죽은
흰말의 등에 쏟아졌어요.
그러자 흰말은 큰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몸을 휘두르며
땅으로 내려왔어요.
그 순간을 놓칠세라
나무꾼은 흰말의 등에 타고
하늘로 순식간에 올라갔죠.
그리고 말에서 떨어진 선녀는
사냥꾼에게 잡혔어요.
“우와… 이곳이 바로
선녀들이 사는 하늘인가?”
나무꾼을 등에 태운 흰말은
순식간에 하늘로 슝! 하고
구름 위를 뚫고 올라갔어요.
그리고 엄청난 풍경이 펼쳐졌어요.
“이것들은 대체 다 뭐지…?”
나무꾼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바로 엄청나게 많은 선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땀을 흘리며 팥죽을 쑤고 있었어요.
그리고 뒤로 보이는 큰 궁전 안에서
왕과 대신들이 팥죽을 먹으며
잔치를 하고 있었죠.
“아우~ 정말 언제까지
이 팥죽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거야?!”
“정말 뜨거워서 힘들다.
빨리 일을 마치고 내려가서
연못에서 목욕하고 싶어!”
“그런데 요즘 목욕하면서
동물들이 없으니까 너무 편하지 않니?
물도 깨끗하고 말이야~ 호호호.”
“맞아 맞아~ 고작 팥죽 한 그릇 주고
우리는 너무 편하게 목욕하니깐 말이야~
오호호호호.”
선녀들이 팥죽을 만들며 하는
이야기를 들은 나무꾼은
이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말에서 내려 슬금슬금
눈에 띄지 않게 왕이 있는
궁전 쪽으로 가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왕 앞에 서게 된 나무꾼이 말했어요.
“왕이시여. 저는 땅에 사는
나무꾼이라 하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니, 땅에 있는 자가
어찌하여 이곳 하늘에 올라오게 되었나?”
그 모습을 본 대신들과 선녀들이 놀라
수군거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땅에서 나무를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나무꾼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구해주고
그 사슴을 통해 선녀들이
산속의 동물들이 이용하는 연못을 차지하고
동물들을 쫓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몰래 팥죽 한 그릇으로
사냥꾼에게 동물들을 쫓아내도록 만든
선녀들을 고발하고자
이렇게 겨우 하늘로 올라와
왕의 얼굴을 뵙니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다니…! 여봐라!
그런 일을 꾸민 선녀들을
당장 내 앞에 데려오거라!!!”
그 말을 들은 선녀들은
벌벌 떨며 왕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어요.
“그간 맛있는 팥죽을 만들어
내 상을 내리려고 했건만,
왜 땅에 내려가 죄 없는 동물들을 쫓아내고
연못을 차지하려고 했느냐!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자는
벌을 받아 마땅하도다!!!”
“왕이시여!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나이다! 흑흑흑…”
왕의 벌로 선녀 옷을 빼앗기고
선녀들은 감옥에서
평생 뜨거운 팥죽을 만들게 되었어요.
그 모습을 본 나무꾼은 왕께
감사의 절을 하며 다시
땅으로 내려가려고 했어요.
“나무꾼은 이리 오너라~”
“네. 왕이시여. 제 말을 믿어주시고
해결해 주셔서 감사하나이다…”
“내가 그대에게 상을 주고 싶도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저의 소원은…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여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하하! 그래. 그럼 내 최고의 선녀를
그대의 신부로 주리라!”
왕이 나무꾼의 오랜 소원인
결혼을 이루어 주었어요.
그리고 바로 최고의 선녀는
왕의 딸이자 하늘에서 가장 어여쁘고
착한 여인이었어요!
“내 그대의 모든 행동과 착한 마음을
이미 알고 있도다.
그대는 내 딸을 신부로 맞이할
자격이 있으니
함께 땅으로 내려가
행복하게 살도록 하거라.”
“왕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나무꾼은 신부의 손을 잡고
다시 땅으로 내려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연못은 다시 동물들이 가득한
행복한 장소가 되었어요.
아참! 벌을 받는 선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가 연못에서 목욕하자고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리되지는
않았을 거야…!”
“뭐? 그래서 다 내 탓이라는 거야?!”
감옥에서 평생 뜨거운 팥죽을
만드는 벌을 받으면서도
선녀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었어요.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