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한라산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으면
깨진 항아리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한 맺힌 울음소리
붉은 태양빛
어둠을 밝히며 다시 떠오르면
흩어진 가마솥 사이로
들려오는 한 맺힌 한숨소리
혹여나 들릴까 숨죽여 삼키고
혹여나 들킬까 숨죽여 삼키고 또 삼켜본다
오늘 밤 달빛에 의지하며
별빛에 의지하며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라
맞잡은 두 손
서로를 부둥켜안았던 그 밤
쌓아진 돌 틈 사이로
들려오는 한 맺힌 통곡소리
혹여나 들릴까 숨죽여 삼키고
혹여나 들킬까 숨죽여 삼키고 또 삼켜본다
오늘 밤 달빛에 의지하며
별빛에 의지하며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오늘 밤 달빛에 의지하며
별빛에 의지하며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매일 밤 두 손을 꼭 잡으며
서로를 의지하며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라
꼭꼭 숨어라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라
까마귀도 모르게 꼭꼭 숨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