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의 설부화용 남방에 유명하야
감사 병사 목부사 군수현감 관장들이 무수히 보랴허되
어디 흠잡을 데가 없아오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시행키 어렵사옵니다.
네 모르는 말이로다.
형산백옥과 여주황금이 물각유주라.
임자가 다 각각 있는 법이니, 잔말 말고 어서 불러오너라.
방자 분부듣고 춘향부르러 건너간다.
맵시있는 저방자 연기방기 숙여쓰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추천하는 자리로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이애 춘향아!
아이구머니나 깜짝이야! 무슨 일이 있기에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하느냐
큰일났네 큰일났어. 사또자제 도련님이
자네 추천하는 걸 보시고 불러오라 하기에 왔으니 어서가세
공부허시는 도련님이 추천하는 것도 당치않고
추천은 헐지라도 남의 집 처자한테 오란 말도 당치 않으니 나는 못가
아니 네 처신이 그르지
내 처신이 그르단 말이냐
그러지아 내 이를테니 한 번 들어보게
네 그른 내력을 네 들어 보아라.
네 그른 내력을 네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써 여봐라 추천을 허량이면은
네 집 후원에다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허여서
은근히 뛰는 것이 옳지.
또한 이곳을 논지를 허면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푸르러
앞내 버들은 청포장 두루고 뒷내 버들은 유록장 지어
한 가지는 찢어지고 두 가지는 늘어져
광풍이 불면은 흔들 우줄우줄이 춤을 출 제
오이씨같은 네 발 맵시가 해운 간에가 해뜩 청삼 자락은 펄렁
도련님이 보시고 불렀지 내가 무슨말 허였단 말이냐
잔소리 말고 건너가세.
그래도 나는 못가
양반이 오라고 허는데 처연히 못간다고 혀
도련님만 양반이고 나는 양반이 아니란 말이냐.
양반은 양반이로되 절름바리 양반 한 쪽이 기우니
양반이건 아니건 난 못 가
춘향아 서방을 얻을랴면 서울양반을 얻지 시골양반을 얻을랴느냐
양반도 서울양반 시골양반이 다르단 말이냐
그러지야
사람이란 자고로 정기를 타고나는 법이여, 도련님 성품을 말해 줄게 한 번 들어보게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하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허기로 사람이 나면 재주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허기로 사람이 나며는 인정있고
경기도로 올라가 한양터 보니 종남산은 안산이라 삼각산이 수려하야
사람이 나면 선헌 데 선허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대신이라.
양반 근본을 논지허면
경주판서가 동삼촌이요 부원군 대감이 당신 외삼촌이라.
너를 불러 아니 가면 내일 아침 조사 끝에 너의 모친을 잡어다가
주리때 방망이 난장 두루마기 굵은 뼈 부러지고 잔뼈으스러져
그저 솰솰 불게 되면
나는 모른다. 갈테며는 가고 말테면 말어라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