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아 허전한 나의 옆에 누워줘
유난히 혼자만 누운 침대는 무서워
유령아 오늘도 나의 이불이 되어줘
차디찬 내게 닿은 것 중 너가 제일 따뜻해
철이 든 척 어영부영 살아가는 것도
흉하게 삐뚤삐뚤 자라버린 덧니도
등진 채 돌아누운 미운 나라도
너라면 한동안 안아줄 것 같아
겁도 없이 뛰어야 하는
뜨거운 시절에
겁만 남은 우리는
이제 어떡해
답도 없이 살아야 하는
어려운 나이에
꿈만 많은 우리는
정말 어떡해
철이 든 척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도
딱하게 비틀비틀 휘청이는 걸음도
등진 채 침울하게 사는 나라도
너라면 한동안 남아줄 것 같아
유연하지 못한 나의 마음이
진부하거나 지치진 않을까
아름답지 못한 나의 문장에
흠이 나거나 다치진 않을까
무게도 없고 보이지도 않지만
속는 셈 치고 전부 믿어줄게
언젠가 너도 떠나갈 것 같지만
모른 체 하고 전부 안겨줄게
유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