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았다.
짙은 안갯속, 어떤 동물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제 향기를 은폐할 줄 모른다.
뒤를 돌아보았다.
걸어온 발자국은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고
애꿎은 뒤꿈치는 눈 덮인 바닥을 힘껏 밀어내 본다.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이 진정시킨다.
거기, 누구 있나.
입에서 나온 물결이 귀로 스며들고
침묵. 어제와 같이.
거기, 누구 있나.
고막의 울림이 성대를 간지럽히고
다시 침묵. 오늘과 같이.
순간 강풍이 불어와 내 몸을 관통한다.
들이닥친 한기에 몸을 웅크리려는 순간
반대편에서 또다시 강풍이 불어와 내 몸을 관통한다.
햇빛이 발아래에 드리운다.
호기롭게 한 걸음 내딛는다.
다시 햇빛이 발아래에 드리운다.
조심스레 한 걸음 물러선다.
햇빛이 발아래에 드리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짙은 안갯속, 어떤 이의 웃음소리는
좀처럼 제 자리를 벗어날 줄 모른다.
뒤를 돌아보았다.
짙은 안갯속, 어떤 이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제 자리를 벗어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