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시선을 두고 있는 건
할 말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에요
침묵을 좋아하는 그런 것도 아니에요
행복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하다못해 미안하단 말이라도
마지못해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고개를 숙이면 대답일까 봐
눈 마주 보면 쏟아질까 봐
말을 아껴요
그 말에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어요
헤어지자는 말에 답하지 않아야 행복이라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나에게는 과한 행복이라고 생각했었죠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니
고개 들어 마주하고선
말을 꺼내요
그 말에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어요
헤어지자는 말에 답하지 않아야 행복이라
그 말에 내가 대답한다면 고개 끄덕이면
조금만 머물다 가줘요
답하지 않아야 행복이라
그대가 있어야 행복이라
늦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