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선 아들은 먼저 아버지가
매일 나무를 하러 가는
산속 방향으로 향했어.
온종일 산을 뒤지고,
깊은 골짜기와 골짜기 사이를
헤매 다니며
아버지를 찾아다녔지.
배가 고프면 어머니가
싸주신 주먹밥을 먹고,
산속 계곡에서 물을 마셨어.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여러 날이 흘러갔어.
하지만 아버지는 온데간데없었어.
어머니가 싸주신 주먹밥도
모두 떨어진 지 오래였어.
작은 짐승을 사냥해서 구워 먹거나
작은 마을이라도 보이면
음식을 빌어먹기도 했지.
아들은 이제 지쳐가기 시작했어.
이젠 영영 가망이 없는 것도 같았어.
'아버지. 아버지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주저앉는 소자를 용서하십시오.'
아들은 나무에 기대어 흐느끼다가
잠이 들고 말았어.
잠을 자는 아들 곁에서
부스럭부스럭 인기척이 느껴졌어.
무거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머리가 새하얀 백발의 노인이 앉아서
주먹밥을 먹고 있지 뭐야.
"어르신, 언제부터 와계십니까.
목이 메실 거 같은데
물이라도 좀 드릴까요?"
노인을 본 아들이 잠에서 깨면서
호리병을 꺼내었어.
"고맙소. 젊은이."
노인은 사양하지 않고
물을 받아 마셨어.
주먹밥을 모두 먹은 노인이
아들을 보며 말을 걸었어.
"젊은 사람이 얼굴에
근심 걱정이 가득하구먼.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저희 아버지께서 사냥을 나가신 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찾으러
숲속을 돌아다니고 있으나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나도록
흔적도 찾지 못했습니다. "
"나를 지나치지 않고 친절히 대해준 젊은이에게
내 보답을 하지."
"보답이라니요?
혹시 저희 아버지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했어.
"자네 아버지는 숲속 거인에게
잡혀간 것이 틀림없네.
아버지를 찾으려거든 당장 가서
벼룩 한 말과 빈대 한 말,
바늘 한 쌈을 준비하게."
너무 뜬금없는 소리에 아들은
다시 되물으려 고개를 들었어.
그런데 노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었어.
"어르신!"
아들이 노인을 찾아 부르는데 눈이 번쩍 뜨였어. 꿈이었지.
'꼭 홀린 것 같은 기분이구나.
그래도 이 꿈과 노인이 예사롭지가 않다.
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
그렇게 아들은 노인이 얘기한
벼룩 한 말, 빈대 한 말, 바늘 한 쌈을 준비하러
다시 길을 떠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