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빨다가
허블
앨범 : 치킨송 / 베개를 빨다가
작사 : 이주성
작곡 : 이주성
편곡 : 이주성, 이지형, 최일섭, 임현수
네가 떠나고
미뤄뒀던 청소를 하는 날이야
정신없이 너의 물건들을 버리다
자꾸 떠오르는 널 견디는 날
이불을 걷고
때가 묻은 베갯잇을 벗기다
나는 괜히 한번 얼굴을 푹 묻고선
조금 남은 너를 맡아보았어
피곤에 지쳐 잠들던 날들
곯아떨어진 너의 모습
먼지처럼 피어나는 우리 지난 기억을
전부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이제 이 세탁이 다 끝나고 나면
우리 집엔 더는 너의 흔적이 없네
빡빡 문질러 닦아낸 우리의 날들이
이상하게 오늘은 조금 마음에 걸려서
나는 멍하니 또 추억에 잠긴 채
지나버린 시간들을 온통 꺼내어본다
한 때 가득했던 널 힘껏 지워내는 오후
깨끗해진 방에 나만 있네
흘렸던 눈물도 함께 먹던 저녁도
깨끗이 씻겨내려간다
켜켜이 쌓여왔던 너의 얼룩이
물거품처럼
이제 이 빨래가 다 마르고 나면
우리 집엔 더는 너의 흔적이 없네
축축하고 건조했던 우리의 날들이
이상하게 오늘은 자꾸 마음에 걸려서
나는 멍하니 또 추억에 잠긴 채
지나버린 시간들을 온통 꺼내어본다
울며 떠나가던 마지막 너의 뒷모습이
세제 향기에 섞여 있네
깨끗해진 방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