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다. 과연 호남의 제일누라 허겄구나. 이애, 방자야, 오늘 같이 좋은 날 술이 없어 쓰겠느냐? 술 한 상 가져오너라.” 방자 술상을 드려노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애, 방자야 오날 술은 상하동락하여 연치 찾아 먹을 테니 너희 둘 중에 누가 나이를 더 먹었느냐?” “도련님 말씀이 그러하옵시면 아마도 저 후배사령이 낫살이나 더 한듯 하옵니다.” “그럼 그 애부터 부어 주어라.” 후배사령 먹은 후에 방자도 한 잔 먹고, 도련님도 못 자시는 약주를 이삼 배 자셔노니 취흥이 도도허여,
앉었다 일어서 두루두루 거닐며, 팔도강산 누대경개 손꼽아 헤아릴 제,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 평양 감영의 부벽루 연광정 일러있고, 주렴취각은 벽공에 늘어져, 수호문창은 덩실 솟아 앞으로는 영주각 뒤로는 무릉도원. 흰 백 자 붉은 홍은 송이송이 꽃피우고, 붉을 단 푸를 청은 고물고물이 단청이라. 유막황앵환우성은 벗 부르는 소리요. 황봉백접쌍쌍비난 향기 찾는 거동이라. 물을 본시 은하수요, 산을 본시 옥경이라. 옥경이 분명허면 월궁항아가 없을쏘냐.
백백홍홍난만중 어떠한 미인이 나온다. 해도 같고 달도 같은 어여쁜 미인이 나온다. 저와 같은 계집아이와 함께 그네를 뛰랴 허고, 녹림 숲 속을 당도하여 휘늘어진 벽도가지 휘휘칭칭 잡아매고, 섬섬옥수를 번뜻 들어 양 그네줄을 갈라 쥐고, 선뜻 올라 발구를 제, 한 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뜻 높았고, 두 번을 툭 구르니 뒤가 번뜻 솟았네. 난만도화 높은 가지 소소리쳐 툭툭 차니 춘풍취화낙홍설이요, 행화습의난홍무라. 그대로 올라가면 요지황모를 만나볼 듯, 그대로 멀리가면 월궁항아 만나볼 듯, 입은 것은 비단이나 찬 노리개 알 수 없고, 오고간 그 자취 사람은 사람이나 분명한 선녀라. 봉을 타고 내려와 진루의 농옥인가. 구름 타고 올라간 양대의 무산선녀.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어찌 보면 곧 가까와. 들어갔다 나오는 양 연축비화낙무연 도련님 심사가 산란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