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사라지는 과정이면
겨울 해와 같이 지나가길
내 맘의 방 한 칸에 숨어있어
잡아줄 넌 보이지 않아
내 손을 떠나는 모든 것들은
미처 알지도 못하고 묻어버렸지만
네가 건넨 거대한 파도들은 각인되어
이제는 잃음의 고통을 배워볼게
시작과 끝 가운데 갇혀서
여름과 겨울 사이의 틈
따스한 가을 같은 너를 추억해
또 한 번, 꺼내어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 묻고 살아가도 될까
내가 버린 수많은 마음들은
미처 알지도 못하고 두고 갔지만
네가 버린 나의 모든 것 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남아서 숨을 참고 있어
시작과 끝 가운데 갇혀서
여름과 겨울 사이의 틈
따스한 가을 같은 너를 추억해
또 한 번, 꺼내어 말하고 싶었지만
계속 묻고 살아갈게
그렇게 또 계절이 날 스치고
또 다른 가을이 오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