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가

상록수 외 2명
앨범 : 온크루 Vol.1

한 겹 한 겹 여린 달빛을
깎아내는 싸늘한 밤공기
선뜩 선뜩 갈댓잎 소리
어둔 강을 난도질하누나
훠이훠이 흩뿌려지는
알량히 밤을 새긴 글이여
방울방울 밤이슬 되어
어둠 너머 삼켜진다
무너지누나
사라지누나
색이 바랜 꽃이여
이 싸늘한 곡
부질없는 곡 안에서
잠에 드누나
시들었누나
피지 못할 꽃이여
이 덧없는 곡
소리없는 곡 안에서
더듬더듬 긴 적막 앞에
침묵하는 떠나간 봄이여
머뭇머뭇 뒤를 쫓아도
짙은 단풍만 에워싸누나
한 장 한 장 흐린 강물에
떠내려보낸 꽃잎들이여
터덜터덜 빈털털이로
나 이 아래 길 잃었네
무너지누나
사라지누나
색이 바랜 꽃이여
이 싸늘한 곡
부질없는 곡 안에서
잠에 드누나
시들었누나
피지 못할 꽃이여
이 덧없는 곡
소리없는 곡 안에서
한 겹 한 겹 저기 달빛을
그려가던 한밤의 풍경들
잠을 깨리라
피어나리라
색이 바랜 꽃이여
이 싸늘한 곡
부질없는 곡 벗어나
눈을 뜨리라
몸을 펴리라
피지 못할 꽃이여
이 덧없는 곡
소리없는 곡 벗어나
가라앉누나
쓰러지누나
피워낸 이 노래여
이 외로운 밤
무너지는 밤 위에서
불에 타누나
재가 되누나
피워올린 꽃이여
검은 들판에
어둔 밤 아래
또 다시
찢어내누나
흩뿌리누나
그릇된 새 꽃이여
희고 흰 아침
그 아침이 올 때까지
눈을 뜨리라
몸을 펴리라
끝없는 어둔 때여
다시 서리라
푸른 봄 아래 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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