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

굴렁쇠 아이들
나귀

이문구 시, 백창우 곡

소는 덕석 입고 새김질
돼지는 검불 덮고 낮잠
겨울에도 일하는 건 나귀뿐이네
남이 놀 때 바쁜 연탄배달원

달구지에 연탄 가득 빙판길에 가쁜 숨
연탄 묻은 얼굴로 안가는 데가 없네

소는 덕석 입고 새김질
돼지는 검불 덮고 낮잠
겨울에도 일하는 건 나귀뿐이네
나귀는 그러나 즐거운 나날

친구는 없지만 팔려 다니지 않고
힘은 들어도 직장이 있네

자가용차도 비켜가는 읍내의 명물
어른아이 없이 반겨주는 눈길
주인하고 나란히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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