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듯 방아를 찧고 점심을 얻어먹은 후에 그렁 저렁 길을걸어 한 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가 심봉사를 청하거늘 심봉사 “이 곳은 나 알 이가 없것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봉사님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봉사 깜짝 놀래 “아니 댁이 무슨 우환이 있오 나는 독경 못 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마르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여인이 좌를 주어 앉히면서
(중모리)
그 부인이 말씀허되 “저는 안가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 일찍 기세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어 복술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라 아십오세의 길연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세일 뿐 더러 간 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씨 맹인이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나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신조하여 이제야 만났으니 인연인가 하옵니다” 심봉사 맘이야 좋건마는 천부당만부당 허는 소리 하나도 내게는 불관이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그 날 밤 동방화촉에 호접몽을 이뤘것다
(진양조)
그때여 심황후는 부친 생각 간절하여 자탄으로 울음 울 제 “이 잔치를 울음 울 제 “이 잔치를 배설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인당수에 죽을 줄 아르시고 애통 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님의 영험으로 완연히 눈을 떠 맹인 축의 빠지신가 당년 칠십 노환으로 병이 들어 못 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에서 무슨 낭패 당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