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달이 비치는
그 작은 가을밤의 강가
또 자릴 뜨지 못하고서
지나가는 말처럼
별 의미 없는 것처럼
생각나는 게 하나 있지
자유롭게 흐르는
저 거친 물길이 지는 자리
그곳이 마치 우리 같아
내리는 물줄기에
상처 하나를 새기고
또 다른 새김을 기다리지
낮은 품에 안기는 슬픔이
아픔에 바래지지 않게
늘어진 시간을 붙잡고
저 깊은 바다를 삼키고
짙어지는 물결 위에
더 짙은 잿빛이 깔리면
그 자리 위로 떠 오르는
짙고 짙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떠돌아
더 선명하게만 비쳐지지
어쩌면 이런 날들에
더 굽이치는 작은 마음
그 조각에도 살이 에여
짓이기는 잠결에
허전한 마룻바닥에
꾸는 꿈에 붙잡힐 때면
낮은 품에 안기는 슬픔이
아픔에 바래지지 않게
늘어진 시간을 붙잡고
저 깊은 바다를 삼키고
늘어진 시간을 붙잡고
저 깊은 바다를 삼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