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에

사람과 나무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작은 손 위에 젖은 모래를 덮고
조심스레 두드리며 외치는 소리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멋진 새 집을 멋진 새 집을
마음 속에 그리며
마음 속에 그리며
모래 속의 작은 손
모래 속의 작은 손
살그머니 빼어 보니
애써 지은 나의 집은
허무하게 무너져도
다시 한번 모래 속에
손 넣으며 비는 소리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달라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을 잔다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세수 한다고
서로 손잡고 발을 맞추며
조심스레 다가가서 외치는 소리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고 뭐라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고
무슨 반찬인가 개구리 반찬
물어 본 후에 대답 하면은
살았니 죽었니
죽었니 살았니
다시 묻고는
행여나 살았을까
지레 도망가지만
죽었다는 여우 말에
다시 가서 물어보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 다고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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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나무 쓸쓸한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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