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는 듯해
눈치도 없이
평소처럼 내 눈 보며
환히 웃고 있는
너란 여자야
정말 미안해
한 마디 남기고
고갤 떨군 나란 남자야
무슨 말이냐 물으며
빤히 쳐다보는 너
아무 말 하지 못한 채
혼자 술잔만
채우고 또 침묵
고요함 속에 뱉어낸 그 말
미안해 우린
여기까진 거 같아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많은 사람들 속에
마치 우리 둘만 다른 곳
다른 공간에
멈춘 듯이 굳어 버린 듯이
계속 비겁하게 난
아무 말 못 할 거야
둘만 고요해진
술집 구석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애써 밝은 척 하고
평소랑 같은 모습으로
네 얼굴 보는 게 쉽진 않아
끝내 듣고 싶지 않았던 말
그 말만은 하지 않길 바랬어
정신없이 떠들어대는
많은 사람들 속에
마치 우리 둘만 다른 곳
다른 공간에 있긴 싫어
더 바라진 않아
저 사람들처럼 우
리의 모습도
시들어진 꽃처럼 우린
말라 버린대도
끝내 남기는 향기마저
모르는 척은 하지 말자
조금 남겨두자
가끔은 그러자
아무 일이 없는 듯
둘만 고요해진
술집 구석에서
향기는 남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