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이다

뻐꾹새 울던 밤이 가면
산비탈에 씨앗을 뿌리는
하루를 보내고
고갯길에 알밤 주울 때면
참깨 털고 콩타작 했었지

집에 오는 길은 지쳤어도
유행가에 시름을 풀고 풀고
돌부리에 넘어져도
괜찮다는 어머니
도시로 떠난 언니 오빠 생각에
눈물방울 맺히었네

오빠가 월급 처음 탄 날
전축 장만 너무 신이나
노래에 매달렸지
들판에는 빨간 딸기천지
점심 모밥 날라야 했었지

바람결에 홍씨 물결치면
어린 손은 땔감을 모아 모아
육이오에 몸을 다쳐
의족이신 아버지
목메어 십팔번을 부르시며
나를 꼭 안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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