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눈부신 날이 길더니 문득 올려다본 허공에
구름 한 점 그리운 그 얼굴처럼 어디론가 떠가고
저무는 가을 외로워 길을 잃었나 나의 그림자만 길어져
비어버린 가슴에 낙엽이 지면 난 다시 어디로 가나
우리들 계절이 다 가는 소리가 서럽게 흐르는 저 강물 같아서
물비늘 반짝이며 저무는 시간들이 뒤척여 흐르네
저무는 가을이 이토록 아름다워서 물끄러미 한참을 보다
나도 몰래 흐르는 눈물 너머로 이렇게 가을은 가고
지나간 계절에 떠나간 그 사람 또 다시 만나긴 어려울 것 같아
마지막 편지 한 장 강물에 띄워 두고 돌아서 갑니다
지나간 계절의 빛나던 약속들 차가운 바람에 흩날려 떠나고
그대가 남겨놓은 희미한 기억들도 사라져 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