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기로 이름난
이 내륙의 도시는 오늘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종일 선들바람만 불어대고 있다
친구의 부음을 들은 지 일주일
추석의 혼잡을 넘기고 찾아온 이거리를
남은 친구들과 걸어가노라면
그 친구도 함께 걷고 있어
그 쭈삣한 어깨가 이따금 내 어깨에 부딪는 것만 같다
만 사십 칠 년의 그의 생애란
이곳의 찌는 듯 한 더위와도 같았다
유난히 파란 많고 괴로웠던
길지도 않은 그의 생애가 그러나
그와 가까웠던 우리에겐 지금
선들바람 부는 오늘의 날씨와도 같이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백 십 육 만의 인구가 산다는 이 도시의 중심가가
오늘따라 텅 빈 것만 같고
걸어가는 우리도 어쩐지 선들바람처럼 허망하기만 하다
그래도 우리는 그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웃음도 웃는다
수척할대로 수척했다는 그가
마지막으로 겪은 더위가 가시면서
그의 삶은 끝이 난 것 이다
낯 익은 북쪽 산마루가 구름에 가리운 채
영영 그가 떠나버린 이 내륙의 도시-
올핸 유난히 일찍 생량이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