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
추월은 만정하여 산호주렴에 비쳐들제 청천으 뜬 기러기난 월하으 높이 떠 뚜루루 길룩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 막혀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으 편지 전튼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허신 우리 부친전으 편지일장 전하여라. 안으로 들어와 편지를 쓰라헐제 한자 쓰고 눈물 짓고, 두자 쓰고 한 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마다 수묵이 되어 언어가 오착이로구나. 편지 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바라보니 기러기는 간 곳 없고 창망한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천자 때마침 내궁에 들어오시니 심황후 눈물 흔적이 있겄다. 천자 물으시되 귀는 황후옵고 부는 천하를 두셨는데 무슨 근심이 있기에 눈물흔적이 있나이까, 심황후 여짜오되
“세상에 불쌍한 것 맹인이오니 천하맹인을 불러들여 황극전에서 위로함이 첩의 소원이외다.”
천자 치하하시고 이틋날 승지불러 분부하시되
“천하맹인을 황극전으로 불러들여 맹인들의 고적한 한을 한때나마 위로하여주오.”
승지 분부듣고 각도각읍으로 행관하시되 황성서 맹인잔치를 배설하였으니 각골수령은 맹인들에게 각기 노비를 주어 후히 대접하여 황성으로 오르게하라. 이렇듯 분부하여 놓으니 어명인지자 심지어 애기봉사까지도 잔치에 참예하게 되었것다. 심황후 석달 열흘 잔치를 배설허여 놓고 부친을 기다려도 오시지를 아니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