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몰이 ‘토끼 욕하는 대목’은 세상에 다시 나온 토끼더러 별주부가 간을 달라고 하자 냅다 욕을 퍼붓는 대목이다. 이 대목은 반경드름과 함께 경서도 소리의 음악어법을 차용한 것이라 한다. 사람에 따라 이것을 추천목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경토리의 차용이란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가볍고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더늠으로 촐랑대는 토끼를 잘 그려낸다. 김연수가 즐겨 부르는 대목이자 그의 소리 기량이 잘 드러나는 훌륭한 녹음이다. 이어 자진몰이 평조로 ‘사람의 손 내력’이 불리는데, 부침세가 아기자기하다.
원반 : Victor KJ-1279(KRE 428)
녹음 : 1938. 9. 14
(아니리)
가든 퇴끼 돌아서며 별주부를 보고 욕을 허는디, 이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중몰이)
“에기 시러배 발기를 갈 녀석, 뱃속에 달린 간을 어찌 내고 ?堧灌?말이냐? 병든 용왕을 살리랴 헌들 성한 토끼 내가 죽을소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의 용왕이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 실겁기 날 같고, 내 미련키 너그 용왕 같거드면 영락없이 죽을 것을, 내 밑궁기 서이 아니드면 내 목심이 어이 살아오리. 내 돌아 간다. 내가 돌아 간다. 백운청산으로 나는 간다.”
(아니리)
별주부 하릴없이 수궁으로 돌아가고, 토끼란 놈 게서 방정을 떨다가 그물에 가 조로로록 걸렸것다.
(창조)
토끼 기가막혀, “아이고 내가 이거 웬일이냐? 내가 수궁으로 죽었드라면 백골이나 안장할 걸.”
(아니리)
이러타시 탄식할 즈음에, 쉬파리 떼가 왱 하고 날아오니 토끼 반기 듣고, “아이고 쉬낭청 사촌들, 어디 갔다가 인자 오시오?” “오, 이놈 너 일 잘 되았구나.” “아이고 사촌들 내 털에 쉬나 좀 실어주면 살어날 도리가 있소.” “야 이놈아, 니 아무리 꾀를 한들 사람의 손 하나를 당할소냐? 사람의 손이라 하는 게 천지 음양지조화가 그 장중에 있느니라. 내이를께 들어 보아라.
(자진몰이)
사람으 내력을 들어라, 사람으 내력을 들어라. 사람으 손이라 허는 게 엎어노면 하날이요, 뒷세노면 땡인디, 이리 저리 김 있기난 일월 다니는 길이요, 엄지 장가락이 못허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중으 저룹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디, 자오묘유가 여그 있고, 건감간진 손리곤퇴 선천팔괘가 여그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연 간상연 여그 있고, 육도기문에 대장경 천지도 모도 일장중이라. 네 암만 꾀를 헌들 사람 손 당할소냐, 두말 말고 네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