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인 모양으로 찾아온 이몽룡을 보고 절망한 춘향모가 절규하는 대목으로, 중몰이 계면조 이다. 다소 사나운 월매의 성격과 비통한 심사가 맞물림으로써 꿈이 좌절된 민중들의 한을 잘 표현한다. 그러나 이 곡은 다음에 오게 될 옥중상봉의 비극성을 준비하는 것이 본래의 기능이다. 따라서 이들의 절망이 깊을수록 출도 후의 기쁨이 대비되게 마련이다.
원반 : Victor KJ-1321(KRE 488)
녹음 : 1939. 3. 5
(아니리)
방에 들어가 좌정 후에, 춘향 어모 촛불을 돋우켜 들고 사우를 자세히 살펴보니, 걸인 중에는 대방 걸인이 되어 왔것다.
(창조) 춘향어모 간댐이 서늘허여, 어사또를 정신없이 물그러미 보더니,
(중몰이)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고, 떴다가 절컥 떨어져서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 것둥거려 후원으로 가서, 정화수 그릇을 두리쳐 메어 와당탕 와그르르르르르르 탕탕 부두치며,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기두리고 바랬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여? 칠십당년 늙은 년이 밤이나 낮이나 당상천륭으 엎드려서 우리 사우 잘 되라고 하나님 전으 축수를 허였더니, 하나님도 노천이 되신지 살펴주실 줄을 모르시네. 못 믿것네, 못 믿것네, 얼굴도 못 믿것네. 책방에서 글 읽을 제는 밤이나 낮이나 보고보고 또 보아고 귀골로 삼겼기으 천번이나 만 번이나 믿었더니만, 믿었던 일이 모두다 허사로구나. 설마설마 허였더니 설마가 사람을 상하네그려. 우리 사우 곱던 얼골 과객 형상이 웬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