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에서 맹인들이 점복을 하거나 걸식을 하면서 노랫조의 경을 읽던 것을 전문 소리꾼들이 공연물의 하나로 응용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노래의 한갈래로 보인다. 현재 서도소리의 한 가지로 알려져 있는 <맹인 덕담경>이나 <파경>, 또 근세 유성기 음반에 담긴 여러가지 <축원경>이 모두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는데 이 음반에 담긴 <맹인경>은 4박이 한장단을 이루는 규칙적인 장단에 불가조의 선율을 장구에 맞추어 읊어내리는 식으로 부른다. 사설의 내용은 천지조종의 내력과 중국산수의 풍광을 차례로 묘사하고 있어 축원의 성격보다는 서사적인 성격을 띤다. 이 <맹인경>은 제목으로 볼 때 <맹인덕담경>과 혼동되기 쉬우나 현재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맹인덕담경>은 맹인들이 구걸을 하면서 적선하는 이들의 복을 빌고 좋은 일을 축원하면서 말의 표현을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엮어 나가는 것이어서 이 음반에 실린 <맹인경>과는 차이가 있다.
원반 : Victor KJ-1062B(KRE 114)
녹음 : 1936. 3. 2
천지는 건곤이요 일월은 동서로다. 사해산천 생긴후 유정무정 생긴 인생 육십년이 환갑이요. 인생에 뜻이 없어 중국 산수나 구경갈까. 중원으로 들어가니 국호는 대국이요 취강은 강남이라. 남경에는 명천부요 대명천자 도읍처요 북경 황성인데 대청황제 도읍처라. 삼십육도 보련난데 흑수적수 갈라있고 사행산을 보련난데 산지조정 곤륜산이요 수지조정은 황해수라 국지조정은 큰나라요 인지조정은 순조정.
곤륜황해 일진맥이 사방으로 흘러내려 북망봉이 생겼는데 동태산이 청룡이요 남악산은 주작이라 그물산이 백호되고 북악산은 현무가 되고, 중앙에 황병산은 사방산천 바라보니 오악은 조정이요 사해는 근원이라. 악양루를 올라가서 동정호를 바라보니 천연우산 십이봉은 구름밖에 버러있고. 추수공장 천일제 오상의 오형들은 오가로 화답한다. 양국산천 바라보니 동정호 칠백리 천하명승이 여기로다.
공명산을 구경하고 창호 뜰은 구리산에 순임금이 궁하시니 아황령의 굳은 절개 순임금을 찾으랴고 창호산에 올라가니 소식조차 망연하다. 소상강을 내려가니 반주개인 젖은 눈 피흔적이 분명허고 낙양성중 구경하고 금릉 성중 당도하니 봉황대가 경개로다 봉황대상 봉황이러니 봉두대공 강자로라. 오궁화천은 매월경이요 진대관이 천개수라. 소상강을 들어가니 육국천자 도읍처라 경개부국 좋을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