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오리정 이별대목

김수연

북: 정철호(중요무형문화재 5호 준인간문화재)
판소리: 김수연

[사설] 박초월제 춘향가: 오리정 이별대목

<아니리> 그때여 춘향과 이도령이 이별을 허는디
<창  조> 향단이 술상하나 차리여라 도련님 가시는디 오리정으로 전송가자.
<진양조> 술상채려 향단들려 앞세우고 오리정 동림 숲속으로 울며불며 나가는디 초마자락 끌어다가 눈물 흔적을 씻으면서 잔디땅 너룬곳에 술상내려 옆에다 놓고 두다리를 쭉 뻣치고 정갱이를 문지르며 아이고 어쩌리 이팔청춘 젊은년이 서방 이별이 왠일이란 말이냐 내가 이리 사지를 말고 도련님 말고삐에 목을 매여서 죽고지고 미리앉어 울음을 울적에
<자진모리> 내행차 나오랴고 쌍교로 어루거니 독교로 어루거니 쌍교독교 나온다. 마두병아 좌우나졸 쌍교 옹위하야 구름같이 나오는디 그뒤를 바라보니 그때여 이도령은 비룡 같은 노새등 뚜렷이 올라앉어 재상만난 사람 모양으로 훌쩍 훌쩍 울고 나오는디. 그 동림숲을 당도허니 춘향으 울음소리가 귀에 언듯 들리거날 이애 방자야 저 울음이 분명 춘향 울움이로구나 잠깐 건너가 보고 오너라 허허 도련님 참! 귀도 밝소 방자 충충 갔다오더니 아이고 여보시오 도련님 춘향아씨와 향단이가 나와 울움을 우느디 사람으 자식으로는 볼수가 없습니다.
<중모리> 도련님이 이말을 듣더니 말이래 급히 내려 우루루루 뛰여 달려가서 춘향으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니가 천연이 집에앉어 잘가라고 말을 허여도 장부간장이 녹을탠디 변화헌 삼노네거리 쩍버러 진데서 늬가 이울음이 왠울움이냐.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 그려 나를 어쩌고 가실라요 나를 아주 죽여 이자리에 묻고가면 영이별이 되지마는 살려두고는 못가리다 향단아 술상이리 가져 오너라 술한잔을 부어들고 예소 도련님 약주잡수 금일송군 수진취니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도련님이 잔을 받고 천하에 못먹을 술이로다 합환주를 먹으려 니와 이별허라 주는술을 내가 어찌 먹드란 말이냐 이별주가 아니오라 후일상봉 언약주니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삼배를 자신후에 대모색경을 내여주며 아나 춘향아 거울 받아라 장부의 맑은 마음이 거울빛과 같은지라 수백년을 두고본들 변할리가 있것느냐. 예소여주며 아나 춘향아 거울 받어라 장부의 맑은 마음이 거울빛과 같은지라 수백년을 두고본들 변할리가 있것느냐. 예소 도련님 지환받우 여자의 수행함이 옥빛과 같은지라 춘향이 굳은 정절 옥과 같이 청백허고 지환같이 십오절이라 바라건데 서방님은 여옥지정 허옵시고 여한풀해 허옵소서 둘이 서로 꼭 붙들고 떠러질 줄을 모를적에 방자보다 답답허여라고 아이고 여보시오 도련님 어서 가십시다. 도련님 하릴 없이 말위에 올라앉으니 춘향이 기가맥혀 한손으로는 말 고삐를 잡고 또 한손으로 등자디딘 도련님 다리잡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도련님 한양이 머다 말고 편지나 종종 허여조오. 말은 가자고 네굽을 치는디 님은 꼭 붙들고 아니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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