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

권진아

구름이 덮지 못한 하늘 틈이 보이면
비가 꼭 안 올 것 같아
아주 가끔은 웃던 너의 얼굴을 보며
괜찮다 믿은 것처럼

모를 리 있니 넌 떠나가고 있음을
아니 어쩜 이미 떠나갔음을
해질녘 노을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이 사랑도 끝자락이 예뻐

서로를 보다 가만히 걷다
나는 너만, 넌 먼 곳을 바라보다
너의 마음의 시계 바늘이
이젠 나를 지나가고 있잖아

희미해지다 끝나버린 노래처럼
자연스레 멀어지고 싶은데
눈치도 없이 내 마음이 너를 부른다
흐트러진 마지막은 싫은데

서로를 보다 가만히 걷다
나는 너만, 넌 먼 곳을 바라보다
너의 마음의 시계바늘이
이젠 나를 지나가고 있잖아

잘 지낼 수 있어, 난 잘 그러니까
괜찮은 척이 난 참 쉬워
너도 알고 있잖아 울기라도 할까 봐
아무 말이나 하는 마음을

뜨거운 정오, 아련한 오후
서늘했던 저녁이 지나가고
나란했었던 시계바늘이
둘이 되어 멀어지고 있잖아

이젠 나를 지나가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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