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한 시간

정태춘


한밤중의 한 시간

한 밤중의 한 시간 깨어 일어나
어둠 속에 잠 들은 이 세상을 보라
폭풍우 지난 해변처럼 밀려오는 정적만이
피곤한 이 도회지를 감싸 안고 재우는구나
높고 낮은 빌딩 사이, 그 아래 골목마다
어깨끼리 부딪치며 분주히 오가던 그 많은 사람들
눈을 감으면 되살아나는 그네들의 외침 소리
이제 모두 돌아가고 어둠만이 서성대는데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지나가는 시간 사이
파란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차가운 그 불빛 아래 스쳐가는 밤 바람만이
어둠의 노래를 속삭이는데
별빛 아래 잠든 도시 침묵같은 그 속삭임
멀고 먼 저 언덕까지 깃발되어 나부껴도
새벽 거리에 내려 앉는 뿌연 안개처럼
이 한 밤의 노래들은 새 아침에 또 숨겨지리라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스쳐가는 밤 바람 사이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졸고 있는 가로등 그늘에 비켜 앉은 어둠만이
바람의 노래를 외고 있는데
이슬 내리는 도로 위엔 일터 나가는 새벽 사람들
무심한 그 발걸음으로 또 하루는 지워지고
저 먼 변두리 하늘위로 새벽별이 빛나고
흔들리는 그 별빛 사이로 새 아침은 또 깨어 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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