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에서 열맬 보낼 때 나는
눈동자에서 물도 머금었었어
이 세상에서 만든 여름이 오면
참아야 했던 아픈 햇볕이 싫었어
그때일까 씨앗처럼 어렸던 내가
나지막이 읊어대던 어른들의 말
가을이다 늘 아빠와 연을 날리던
하늘이 높다 또 높다 우주만큼
슬픈 얼굴은 감추기 시작했고
착한 얼굴로 바꾸기 시작했어
예쁜 그늘도 못 준 게 미안해서
나는 나무가 되기로
숲에 있는 흔한 거 말고
네 방에 한 그루가 될게
오붓하게 우리가 만든
흙으로 나를 덮어줘 덮어줘
견딜만해서 웃고 참아온 거죠
잊을만해서 잊고 자라왔어요
이 계절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12월에 내 잎들은 남아있을까
앳된 얼굴은 감추기 시작했고
낯선 얼굴로 바꾸기 시작했어
예쁜 그늘도 못 준 게 미안해서
나는 나무가 되기로
숲에 있는 흔한 거 말고
네 방에 한 그루가 될게
오붓하게 우리가 만든
흙으로 나를 덮어줘 덮어줘